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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대신 꽃을 들고 싸우는 사람들 – 게릴라 가드닝

5 년전

(이미지출처: http://blog.besunny.com/?p=11282)

 

어두컴컴한 늦은 밤, 거리에 인적이 드문드문 해질 때 쯤 한 남자가 걸어온다. 남자의 양손에는 무거워 보이는 검은색 봉지와 삽이 들려있다. 가로등 불빛에 반사되어 날이 선 삽이 반짝거린다. 남자는 주위를 몇 번 두리번거리며 아무도 없는 지 확인한다. 멀리서 몰래 보고 있는 눈빛을 의식하지 못했는지, 남자는 행동을 시작한다.

걸음을 멈추고 삽과 봉지를 내려놓는다. 봉지 보따리를 주섬주섬 풀기 시작한다. 숨어서 남자가 하는 행동을 지켜보고 있던 사람은 놀란 마음에 경찰서에 신고할 준비를 한다. 그런데 어라? 남자가 검은색 봉지에서 꺼낸 것은 예쁜 꽃나무였다. 그러더니 가져온 삽을 가지고 길거리 버려진 화단에 꽃을 심기 시작한다. 달밤의 체조는 들어봤어도, 달밤의 가드닝은 처음이다. 저 남자 도대체 뭐지?

(이미지출처:http://blog.besunny.com/?p=11282 )

2004년 런던, 빽빽한 건물과 번잡한 도로에 넌덜머리가 나버린 한 청년이 있었다. 그의 이름은 리처드 레이놀즈. 도시의 잿빛 풍경에 숨막히던 그의 눈에 버려진 화단이 들어온다. 그리고 생각했다. ‘저 곳을 나만의 정원으로 만들어야지. 나만의 숨구멍으로 만들어야지.’ 그 날밤 게릴라 가드닝의 역사는 쓰여졌다. 그는 매일 밤 수많은 전투를 치렀다. 물을 주고, 화단의 쓰레기를 치우고, 거름을 주고, 잡초를 제거하고….그리고 웹사이트에 ‘게릴라 가드닝’이라는 이름으로 그만의 난중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그의 군대는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쓰레기가 싫은 사람, 빽빽한 도시에 지쳐버린 사람, 짓밟히는 잡초가 싫은 사람…..전투에 참가하겠다는 사람이 줄을 이었다.

(이미지출처:http://www.guerrillagardening.org/)

게릴라 가드닝 참전자들은 다음과 같은 수칙에 따라 행동한다. 첫째, 금지된 장소는 없다. 흙이 있다면 그곳이 어디든 꽃과 나무를 심을 수 있다. 둘째, 최고의 무기는 씨앗이다. 가드닝을 할 때에는 씨앗을 아낌없이 투하한다. 셋째, 때로는 강력한 무기를 사용하라. 가끔은 강렬한 색을 자랑하는 꽃을 심는다. 추가적인 게릴라 가드닝 팁은 공식 블로그에서 얻을 수 있다. 점점 수가 늘어난 게릴라 가드너들은 게릴라 가드닝 공식 블로그와 페이스북 등을 통해 자신의 가드닝 사진을 등록하고 공유한다. 현재 이들의 수는 30개국에 걸쳐 7만여 명에 달한다. 최근에는 5월 1일을 전세계 게릴라 가드닝의 날로 선포하고 활동을 활발히 진행 중이다.

도시화랑의 게릴라가드닝 홍보

홍대의 게릴라 가드닝

(이미지출처:http://blog.skenergy.com/668 )

 

이 전투를 지지하는 사람이 생기는 것이 곧 우리의 승리다. 리처드 레이놀즈는 말했다. 그의 바람대로 게릴라 가드너의 수는 늘어가고, 게릴라 가드닝 전투는 매일매일 승전보를 울리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게릴라 가드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도시화랑이라는 소규모 대학생 단체에서는 얼마 전 게릴라 가드닝 홍보활동을 진행했다. 홍대 근처 빈 텃밭은 게릴라 가드너들의 습격을 받았다. 젊은이들의 공간답게 이 곳에는 못쓰는 마네킹, 밥솥 등을 화분으로 응용하는 등 아기자기한 꽃밭이 조성되어 있다. 도심 속에 풀밭을 조성함으로써 사람들에게 힐링을 제공하는 게릴라 가드닝. 지금 이 순간도 누군가는 관심 밖으로 밀려난 땅을 찾아 열심히 꽃밭을 가꾸고 있을 것이다. 우리도 소외된 공간을 나만의 정원으로 만들어보면 어떨까?